17만 특허, 테슬라가 영국서 판을 뒤집었다

테슬라가 약 17만 건의 5G 표준필수특허를 묶어 파는 거대 특허 플랫폼과의 법정 싸움에서 판을 뒤집었다. 영국 대법원은 2026-07-27 테슬라의 상고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이고, InterDigital의 맞상고는 기각했다. 한 차례 패소도 아니었다. 테슬라는 2024년 고등법원과 그 뒤 항소심 다수의견에서도 막혔지만, 영국 최고법원에서 소송을 되살렸다.

자동차 한 대에 붙는 17만 개의 권리

영국 대법원 판결 요약에 따르면 분쟁의 무대인 Avanci 5G 플랫폼에는 첫 심리 당시 약 65개 특허권자와 5G 표준 관련 특허 약 17만 건이 들어 있었다. 이 플랫폼은 2G부터 5G까지 연결 기능을 차량에 구현하는 데 필요한 표준필수특허를 묶어 판매한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되면서 통신 특허료도 사실상 새로운 부품 원가가 된 셈이다.

테슬라는 2023년 InterDigital과 Avanc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플랫폼이 제시한 라이선스료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이어야 한다는 이른바 FRAND 원칙에 맞지 않으며, 영국 법원이 더 낮고 적정한 조건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허 풀에 숨으면 FRAND 의무가 사라지는가

이번 판결의 핵심은 단순히 테슬라가 특허료를 깎아 달라는 데 있지 않다.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Avanci 같은 공동 라이선스 플랫폼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FRAND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십 개 권리자와 일일이 양자 협상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플랫폼 전체의 조건을 법정에서 다툴 실질적 이유가 있다는 논리였다.

Reuters는 테슬라가 영국에서 5G 차량을 출시하기에 앞서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연결성이 내비게이션과 스트리밍을 넘어 원격 진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 호출과 플릿 운영의 기반이 되는 만큼, 이 분쟁은 통신비가 아니라 제품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승소가 아니라 재경기의 문이 열렸다

다만 이번 판단을 최종 특허료 확정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영국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테슬라의 주장이 허황되지 않고 본안에서 심리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가며, 구체적인 FRAND 요율과 라이선스 범위는 이후 재판에서 다뤄진다. 테슬라가 돈을 아낀 것이 아니라, 가격표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되찾은 단계이다.

그럼에도 산업적 의미는 작지 않다. 자동차 제조사가 통신사나 스마트폰 업체처럼 글로벌 표준특허 협상의 당사자가 됐고, 특허 풀의 일괄 요금도 경쟁정책의 심사를 피할 수 없다는 신호가 됐다. 판결 논리가 본안에서도 유지되면 테슬라뿐 아니라 5G 연결 차량을 만드는 다른 제조사들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테슬라가 지키려는 것은 연결 비용의 주도권

테슬라는 차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충전, 보험과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나의 수직 통합 구조로 묶어 왔다. 여기에 외부 특허 플랫폼이 정한 고정비가 크게 붙으면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이번 소송은 특허 한 건의 유효성보다 수백만 대 연결 차량의 단위경제를 누가 결정하느냐를 묻는 싸움이다.

2026-07-27 판결로 테슬라는 아직 청구서를 줄이지 못했다. 대신 청구서의 계산법을 법정에서 다시 열어 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산업과 통신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점에 나온 만큼, 이번 영국 판결은 테슬라만의 법률 뉴스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 이미지: Borys Zaitsev, Pexels. Pexels 페이지에서 무료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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