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배터리를 만든 뒤의 이야기까지 공급망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026-08-13 공개한 공식 자료에서 테슬라는 미국 재활용 사업이 핵심 배터리 소재의 90% 이상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활용은 환경 보고서의 부록이 아니라 리튬·니켈·흑연 공급망을 공장 안에서 반복시키는 제조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90%는 배터리 전체가 아니라 핵심소재 회수율이다
숫자를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테슬라가 말한 90% 이상은 배터리 팩 전체가 그대로 새 배터리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다.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 소재를 미국 내 재활용 공정에서 회수하는 비율이다.
공정은 네 단계로 나뉜다. 수명이 끝난 배터리와 제조 스크랩을 모으고, 이를 분쇄해 금속 성분이 농축된 ‘블랙매스’를 만든다. 이후 중간 소재로 정제한 뒤 다시 배터리급 원료와 새 셀·팩 생산에 투입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블랙매스를 양극·음극 소재가 섞인 분쇄물로 설명하며, 이후 제련이나 침출 공정을 거쳐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회수한다고 정리한다.
핵심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수 소재가 다시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망으로 들어가야 폐쇄루프가 완성된다.
네바다 3,000톤에서 텍사스 연 3,000톤으로
테슬라 공식 자료에 따르면 업그레이드된 네바다 시설은 2025년 약 3,000톤의 배터리 소재를 처리했다. 텍사스 시설은 2026년 말까지 연간 3,000톤의 제조 스크랩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블랙매스를 만드는 건식 분쇄 라인이 들어가며, 인근 걸프코스트 리튬 정제소와 연결할 새 리튬 회수 기술도 시험 중이다.
이 배치는 테슬라의 수직계열화를 한 단계 더 확장한다. 텍사스에는 리튬 정제, 양극재, 4680 셀, 차량 생산이 모여 있다. 여기에 재활용까지 붙으면 원료가 광산에서 공장으로 한 번 흐르고 끝나는 직선형 구조가 아니라, 공장 스크랩과 폐배터리가 다시 원료로 돌아오는 순환형 구조가 된다.
다만 현재 재활용 원료의 상당 부분은 수명이 끝난 차량 배터리보다 제조 과정에서 나온 스크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에서 2020~2025년 리튬이온 배터리 배치량이 6배 이상 늘었지만, 수명이 끝나 재활용 시장으로 돌아오는 배터리 양은 같은 속도로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오래된 차량 배터리의 대규모 귀환보다 생산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재활용은 광산을 없애지 않지만 공급 충격을 낮춘다
IEA의 2026년 핵심광물 전망은 현 정책 시나리오에서 2040년 핵심광물 수요가 거의 두 배로 늘고, 리튬 수요는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 재활용만으로 신규 광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의 절대 수요가 너무 빠르게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활용의 전략적 가치는 크다. IEA는 니켈·코발트·리튬 같은 전환 광물을 재활용하면 채굴 원료보다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80%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과 지정학 리스크이다. 광산 개발은 인허가와 증설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제조 스크랩은 생산이 늘어날수록 공장 근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테슬라가 텍사스 리튬 정제소와 재활용 라인을 묶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수율이 안정되고 소재 품질이 배터리급 기준을 통과하면 원재료 구매량, 운송 거리, 폐기 비용을 함께 낮출 수 있다. 반대로 회수한 블랙매스를 외부 정제업체에 보내야 하거나 품질 편차가 크면 폐쇄루프의 경제성은 약해진다.
투자자가 확인할 숫자는 처리량보다 재투입률이다
현재 공개된 약 3,000톤과 연 3,000톤 계획은 유의미하지만 테슬라 전체 배터리 수요와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이다. 처리량만으로 원가 절감 규모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더 중요한 지표는 회수한 소재 가운데 실제 배터리급 원료로 돌아간 비율, 톤당 처리 비용, 외부 광물 구매 대체량, 텍사스 리튬 정제소와의 통합 수율이다.
90% 이상 회수율은 출발점이고, 진짜 경쟁력은 회수 소재를 새 배터리에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되돌리느냐에 달려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전략은 셀의 성능 경쟁에서 광물의 반복 사용 경쟁으로 넓어지고 있다. 폐배터리가 비용이 아니라 다음 생산의 원료가 되는 순간, 재활용 시설은 환경 비용센터가 아니라 공급망 자산이 된다.
출처
- Tesla, Closing the Loop and Recovering Material from Our Batteries: https://www.tesla.com/learn/closing-loop-and-recovering-material-our-batteries
- Tesla 2025 Impact Report: https://www.tesla.com/impact
- IEA, 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6: https://www.iea.org/reports/global-critical-minerals-outlook-2026/outlook
- U.S. EPA, Lithium-Ion Battery Recycling: https://www.epa.gov/hw/lithium-ion-battery-recyc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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